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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동 성매매 거리’ 100여년 역사 기록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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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3-29 14:40 조회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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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 마지막 남은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이른바 ‘신포동’. 창원시는 2019년부터 ‘신포동’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경남에 마지막 남은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이른바 ‘신포동’. 창원시는 2019년부터 ‘신포동’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성매매업소 집결지 중 하나로 꼽히는 경남 창원의 ‘신포동 거리’ 정비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기록관을 세워 장소에 대한 집단 기억을 남겨야 한다는 시민단체 주장과 성매매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고 싶은 지역 주민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신포동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는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9년 마산항 개항 뒤 한반도에 건너온 일본인들이 1905년에 차린 유곽 거리가 시작이다. 새로 만들어진 마산항의 근처에 있다고 해서 신포(新浦)란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엔 공창으로 운영됐고 해방 이후엔 한국인 종업원들이 업소를 인수해 운영했다. 한창때엔 영업하는 업소가 40곳이 넘었고, 업소 한곳당 20명 안팎의 여성 종사자들이 있었다.

 

수십년 번성하던 신포동 거리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타격을 입었다.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업소도 하나둘 줄고 여성 종업원들도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창원시가 신포동 거리 정비 계획을 세운 2019년에는 운영 업소가 24곳, 여성 종사자는 100명으로 줄어 있었다. 창원시는 정비 계획을 세우면서 ‘신포동’이란 이름 대신 ‘서성동’이란 행정동명을 붙였다.

 

창원시는 애초 1만1144㎡ 면적의 신포동 터에 문화공원을 내년 말까지 조성하려 했다. 총사업비는 25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21년 말부터 신포동 거리에서 가장 큰 업소인 ‘우정집’을 포함해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현재 영업 중인 업소는 한곳도 없다. 지난 10일 <한겨레>가 찾았을 때도 불 켜진 곳은 한곳도 없었다.

 

신포동 정비가 삐걱거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여성 인권 기록관’ 건립 계획에 대해 ‘유형 및 규모 미정’이라고 창원시가 정정 고시를 내면서 정비 계획을 둘러싼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1월30일 발표한 ‘문화공원 조성계획 결정 및 지형 도면’ 고시를 번복한 것이었다.

 

쟁점은 ‘여성 인권 기록관’이다. 애초 고시에선 창원시가 신포동 터 중 일부(165㎡)에 건축면적 99㎡ 규모의 여성 인권 기록관을 건립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포동 거리 철거에 앞장선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의 제안을 시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여성 인권을 유린한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창원시가 이 계획을 보름 만에 뒤집은 것은 예상보다 강한 주민 반대 여론을 의식해서다. 지난해 4월 주민 3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4.9%가 기록관 건립에 반대했다. 창원시가 올해 초 기록관 건립을 강행하겠다는 고시를 발표한 뒤부터는 주민들의 반대 서명운동도 본격화했다.

 

신포동 거리 인근 ㅅ아파트에 사는 주민 ㄱ씨는 <한겨레>와 만나 “아파트 뒷베란다에서 신포동이 훤히 보인다. 아이들에게 그쪽으로는 절대 내려다보지 못하게 한다. 주민들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신포동 거리 흔적을 남겨두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말 역사로 남길 가치가 있다면 (이 지역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관련 기록들을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이런 갈등은 새로운 게 아니다. 앞서 서울과 광주에서도 성매매 집결지 철거와 함께 역사 기록관 설립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 수원시에선 지난해 8월 성매매업소 건물을 고쳐 문화공간 ‘기억공간 잇-다’를 설치했으나, 성매매 집결지란 흔적을 알리는 표지판만 있을 뿐 실제로는 전시·문화공연장으로만 쓰인다. 전북 전주시도 성매매 집결지를 철거한 뒤 그 자리에 문화예술공간인 ‘놀라운 예술터’와 ‘뜻밖의 미술관’을 설치했다. 

 

최종옥 창원시 여성가족과장은 “기억 공간 건립에 대해선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절충안으로 표지석을 세우는 것도 검토했는데, 주민들은 이마저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영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 집행위원은 “주민 핑계만 댈 뿐, 반대 주민들을 설득할 생각조차 않는 창원시가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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