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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도경 성매매 단속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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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날상담소 작성일14-07-10 15:38 조회1,4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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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性은밀한 거래


▲ 경기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소속 단속반원으로 일일체험에 나선 성보경 기자(왼쪽)와 김인철 경사가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진술을 받고 있다.

‘102동 225호’

수원의 한 오피스텔 안으로 단속반장이 들어간 지 10분. 단속반원들의 스마트폰에 단체 카톡 알림이 울렸다. 건물 주변을 서성이던 반원들이 급히 뛰기 시작했다.

어둑한 2층 계단 통로에서 반장은 한 남성에게 수갑을 채우고 휴대전화 기록을 재빨리 뒤졌다. ‘225호, 손님이 올라가니 준비하라’ 검거 직전 전송한 남성의 문자가 확인됐다. 같은 시각 반원들이 225호 문을 열었다.

붉은 등이 켜진 방 안에 단속반이 들어서자 슬립차림의 여자 한 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
짙게 화장했지만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여자의 뒤편에는 쓰지 않은 콘돔 네댓 개가 흩어져 있었다.

이 남성은 오피스텔 3개 호실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단속반에 검거됐다. 적발 시간은 오후 4시30분. 성매매는 벌건 대낮에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성매매 단속현장에 경기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일일 단속반원으로 출동했다.

▲ 성매매가 이뤄지는 수원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성보경 기자와 단속반원들이 단속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 경기경찰청 생활지도계, 단속 장소 물색 ‘분주’
후덥지근한 기운이 가득한 7월 첫째 주 오후, 경기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를 찾았다.
이제 막 출근한 생활질서계 소속 단속반 직원들이 저마다 책상에 앉아 일정을 살펴보느라 분주했다.

한 손에는 펜, 다른 손에는 스마트폰을 쥔 채 데스크톱 모니터와 노트를 번갈아 보던 단속반장 김완철 경위가 눈인사를 건넸지만 전화가 계속해서 울리는 통에 이야기를 나눌 겨를이 없었다.

김 반장을 대신해 허성희 계장이 “단속 장소를 정하느라 한창 바쁠 때”라고 말하며 단속반의 일과를 설명했다.

생질계 단속반은 김 반장을 포함해 4명으로 오후 2시에 출근해 3~4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오후 및 심야단속을 실시한다.

대형 성매매업소부터 사행성 게임장과 학교주변 유해업소 등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업주를 검거하는 게 단속반의 일이다.

“경기도에 등록된 유흥주점만 7천개가 넘어요. 여기에 단란주점, 노래방처럼 성매매가 이뤄질 수 있는 업소까지 더하면 1만5천개가 더 되죠. 문제는 마사지업소나 오피스텔처럼 등록도 하지 않고 성매매를 하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황조차 파악이 안 된다는 거에요. 그러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밖에요”

허 계장이 A4용지 5장 분량의 자료를 건넸다.
올 상반기 단속현황이었다.

단속반은 각 경찰서에서 지원되는 3명 안팎의 경찰과 올 들어 유해업소 및 성매매 알선업소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100평이 넘는 성매매업소 수십곳과 학교주변 유해업소 100여곳 등 단속업소만 644곳, 인원은 974명에 달했다.

집중단속이 이뤄지면서 15곳이 철거됐고, 28곳이 철거될 예정으로 8명은 구속됐다.
성매매 알선자로는 늙수그레한 중년남성의 몽타주가 자연스레 그려졌지만 구속된 업주는 20대 청년과 60대 할머니, 40대 부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문득, 어두컴컴한 밤에 일어날법한 성매매를 낮에 단속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성매매가 밤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에요. 오전, 오후, 심야로 조까지 나눠 성매매 예약을 받는데 무슨 말씀. 이제 출동합시다”

통화를 마친 김 반장이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벌떡 일어섰다.

▲ 성보경 기자와 단속반원들이 성매매 단속을 위해 오피스텔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적발된 여성 부들부들 떨며 ‘진술서’ 작성
김 반장을 비롯해 반원인 김인철 경사, 지설희 경장과 함께 수원의 한 대형 오피스텔로 향했다.
김 반장이 성매매 손님으로 가장해 업주를 만나러 오피스텔로 들어간 사이 김 경사와 지 경장은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며 동태를 살폈다.

유일한 여성 반원인 지 경장은 지난 2월 단속반에 투입됐다.
성매매 여성의 진술과정 등을 보다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다.

지 경장은 “간혹 성관계 현장을 적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증거확보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해야한다”며 “나중에 진술을 번복하는 일이 있기 때문으로 이럴 때는 여자가 사진을 찍고 진술을 받아야 성매매 여성의 협조가 보다 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지 경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속반 단체 카톡창에 메시지가 전달됐다.
김 반장이 보낸 문자로, 동과 호수가 별도의 설명 없이 카톡창에 잇따라 나타났다.
업주가 김 반장에게 돈을 건네받고 성매매가 이뤄지는 방의 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성매매 알선혐의가 입증된 것이다.

지 경장을 따라 해당 오피스텔 방으로 들어갔다.
한 여성이 슬립 위로 남성용 와이셔츠를 걸친 채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2인용 소파에 앉아있었고 앞서 도착한 김 경사는 이미 방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피스텔 내부는 더블침대와 화장대, 2인용 소파와 탁자, TV 등 가구 몇 개만으로 단출했다. 주황과 분홍색을 내뿜는 기다란 조명등과 탁자 위에 흩어진 콘돔, 침대에 깔려 있는 대형 수건이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임을 알렸다.

김 경사가 여성의 휴대전화 목록과 문자를 살펴보며 질문을 시작했다.

올해 스물다섯이 된 이 여성은 “인터넷으로 알게 돼 어제 면접을 봤고 오늘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며 “업주가 손님이 오면 같이 샤워한 후 성관계를 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5분여 간 대략적인 질문을 마친 김 경사가 밖으로 나갔고 지 경장이 여성의 신분증을 받아들고 옆에 앉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업주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입증하는 내용이었다.

진술서를 작성하는 여성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 경장은 “성매매를 한 건 아니니 경찰서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여성을 안심시킨 뒤 “다시는 이런 짓 하지마라”며 언니처럼 조언했다.

▲ 김인철 경사(가운데)와 성보경 기자가 성매매 여성의 신분증을 건네 받고 사건 진술을 받고 있다.■ 업주를 잡아라! 빗줄기 속 현관문 사이에 두고 대치
오피스텔 2층, 계단 옆 어두컴컴한 통로에는 업주(44)가 수갑을 찬 채 주저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 김 반장이 서서 업주의 휴대전화 목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통상 오피스텔 성매매의 경우 업주가 네댓 개의 방을 임대해 영업을 벌이는 가운데, 이곳에서만 3개 방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실이 휴대전화 기록 등을 통해 확인됐음에도 업주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상황이었다.

해당 방으로 확인된 316호에서 업주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수차례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창 없이 뻥 뚫린 복도 안으로 거센 바람이 불면서 빗물이 튀어 들어왔다. 방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았다.

관할서인 수원남부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박정율 경장과 박성호 순경까지 투입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가짜 비밀번호로 낭패를 본 김 경사가 2층 계단통로로 내려가 업주 앞에 무릎을 굽힌 채 눈높이를 맞췄다.

어둑한 통로는 마치 취조실 같았다.
김 경사는 업주의 눈을 마주 보며 “시간 허비하지 말자. 비밀번호가 뭐냐”고 나직하지만 강한 어조로 물었다.

“19316”
‘몸이 안 좋다, 이미 말했다’ 등 횡설수설하던 업주가 포기한 듯 고개를 떨어뜨린 채 말했다.

김 경사와 지 경장, 문을 지키고 섰던 박 경장과 박 순경 모두 방으로 들어갔고 방 안에 있던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다.

굵게 쏟아지던 장대비가 그치고 지붕 아래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수갑찬 손을 티셔츠 안으로 숨긴 업주가 박 경장이 몰고 온 차를 타고 수원남부서로 향했다. 김 반장과 나머지 단속반원도 봉고차에 올라탔다. 김 반장이 업주에게서 입수한 휴대전화를 내밀며 전화번호부 목록을 보여줬다.

경찰 1, 경찰 2, 경찰 냄새, 남부질서계 등 경찰과 관련한 전화번호 수십개가 입력돼 있었다.
김 반장의 전화번호를 누르자 ‘경기지방검찰청’이라는 잘못된 명칭이 떴다.

이런 번호는 성매매 업주끼리 공유하고 전화가 오면 아예 받지 않는다고 김 반장은 설명했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는 단속반 얼굴을 아는 경우도 있고 경계가 워낙 삼엄해 단속이 어려워요. 경찰이라는 낌새가 조금만 느껴져도 업주가 아예 만나주지를 않으니까요. 예전에는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졌는데 이제는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됐죠. 오피스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심증은 충분히 있지만 업주를 검거하려면 물증을 잡아야 하니 쉽지가 않습니다”

김 반장은 왼쪽 팔꿈치 부근에는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며칠전 단속하다가 다친 것으로,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성 관련 범죄자는 흉악범이 아니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보니 범죄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김 경사의 말에 김 반장은 “그래도 별수 있나, 성매매가 근절될 때까지 단속할 수밖에”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건처리를 위해 수원남부서로 향한 단속반은 이날 밤에도 경기지역 사행성 게임장을 누비며 심야단속을 이어갔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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